가게를 정리한 그해 여름 직전에 AI 부트캠프에 들어갔다.
돌아갈 자리를 찾는 대신 다시 배우는 쪽을 골랐다.
7개월짜리 과정이었다.
과정은 대회 과제로 굴러갔다.
추천과 검색이 있었고 문서 분류와 요약이 있었고 회귀도 있었다.
주제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의 생김새가 바뀌었고 손에 익는 것도 매번 달랐다.
성적은 좋았다. 지표를 크게 끌어올린 과제도 있었다.
가게에서 판매 기록을 들여다보던 순서가 여기서도 그대로 먹혔다.
과제 밖에서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모델을 바깥 도구에 붙이는 규약이 나온 때다.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라는 이름이었고 언어 모델이 에이전트로 태동하는 신호였다.
코드 에이전트 둘을 학습 도구로 바로 들여왔다.
과제를 대신 풀리려고 쓴 것이 아니라 내가 푸는 속도를 올리려고 썼다.
과정이 끝날 때까지 끊은 적이 없다.
기록으로 남은 것은 이렇다.
2025년 10월에 6일 동안 384프롬프트를 찍은 첫 몰입 구간이 있었다.
그 뒤로는 다른 에이전트를 상시로 썼다. 11월 10세션, 12월 5세션, 1월 2세션이다.
이 수치는 전부 한 대의 PC에 남은 로그만 센 값이다.
다른 기기에서 쓴 몫은 여기 들어 있지 않으니 하한으로 읽어야 한다.
성적이 좋아질수록 끝이 어디인지가 선명해졌다.
일반 기계학습 트랙을 계속 타면 종착지는 연구직이다.
거기에서 값이 매겨지는 덕목은 내가 밑천이라고 부르는 것과 겹치지 않았다.
잘 되는 것을 접는 계산은 이미 해본 적이 있어서 두 번째는 빨랐다.
이런 데 요령이 붙는 줄은 몰랐다.
관심의 전부는 언어 모델이었다.
챗봇이 나와 판을 뒤집는 것을 봤고 뒤에 나온 모델이 시장을 흔드는 것도 봤다.
어떤 모델은 성능이 아니라 다루는 방식으로 해자를 만들고 있었다.
과제를 푸는 재미보다 그 구조를 읽는 재미가 컸다.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걸로 갈렸다.
그래서 언어 모델 엔지니어라는 자리를 봤다.
호칭에는 연구자의 덕목이 붙어 다녔다.
논문을 읽고 모델을 뜯고 학습을 돌리는 쪽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건 관심 분야가 겹친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층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모델을 만드는 층이 있고 모델로 시스템을 만드는 층이 있다.
내 자리는 뒤쪽이다.
관제센터에서 익힌 것도 가게에서 익힌 것도 전부 만들어진 것을 굴리는 쪽에 있었다.
이 층에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는지는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
자리를 먼저 정하고 호칭은 나중에 붙이기로 했다.
2026년 1월에 과정이 끝났다.
손에 남은 것은 과제 풀이가 아니라 에이전트를 매일 쓰면서 쌓인 감각이었다.
이력서를 쓸 자리와 그 감각을 쓸 자리가 같아 보이지 않았다.
다음 장은 취업 준비 대신 다른 쪽을 골라 새출발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