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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전환기 3편 - 줄여서 닫는 법

장비 회수로 끝난 6주와 줄여서 닫은 인수인계의 기록

6월 첫 주에 내가 한 일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 8일치 상세는 팀 메모리를 올려둔 장비 안에만 있었다.
남은 것은 간접 증언뿐이다. 설계 문서가 13종에서 16종으로 늘었고 대시보드 데모가 섰고 장비 현황표의 버전이 한 단계 올라갔다.
무엇을 했는지는 복원됐고 왜 그렇게 했는지는 복원되지 않았다.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대표가 직접 지휘하는 구조에서 기술 현실을 아는 쪽과 지휘하는 쪽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개인 업무 지시가 얹혔고 직원을 들여다보는 용도의 에이전트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통합 담당이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과 공통 인프라를 혼자 지고 있다는 것을 회의 자료에 적었다.
감정과 결심은 적지 않았다. 업무 기록 규칙이 작업 단위와 강한 신호만 담게 돼 있었다.
기록이 없다는 건 일이 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규칙이 그 범주를 담지 않았다는 뜻이다.

접는 판단은 네 번째였다. 앞의 셋은 내 것이었고 이번은 남의 배였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면서 같은 배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3개월로 듣고 시작한 자리가 6주에서 끝났다.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에 그 장비가 사전 협의 없이 회수됐다.
승격 테스트와 현업 검증을 끝내고 전사 확장을 준비하던 시스템이었다.
나는 그날 오전에 이미 짐을 싸서 집으로 옮긴 뒤였다.
접속이 끊긴 것을 확인하고 두 시간 안에 로컬 인스턴스로 경로를 돌렸다. 작업 가능 상태부터 복구했다.
이 글의 사료가 남아 있는 이유가 그 두 시간이다.

남은 사흘은 인수인계였다.
검색 시스템을 잃었으니 파일 수정 시각으로 시간축을 되짚었다. 회수 전 로컬 사본에 남은 기록 252건을 덤프해 재직 전체 타임라인을 복원했다.
스코프를 세 번 고쳐 썼다.
인수인계서는 두 부를 썼다. 개발팀용과 비개발자인 신임 팀장용이다.
재발 방지 규칙에는 주체를 적지 않았다. 장비를 바꿀 때 담당자 확인을 받는다는 규칙만 남겼다.
근거로 붙인 보고서에 그 구절이 없다는 것까지 같은 문서에 적어뒀다.

마지막 날까지 산출이 있었다. 사내 저장소 본선에 올린 인수인계 묶음이 머지 시점 기준 202파일 37,025줄이다.
푸시 전 시크릿 검사는 0건이었다.
비난은 회사에 넘기는 문서에 넣지 않았다. 시점과 주체는 내 기록에만 남겼다.
증거는 확보하되 무기로 쓰지 않는다는 선을 그때 그었다.

네 번의 접는 판단 중 이번이 가장 아팠다. 커리어를 바꾸고 처음 들어간 회사였고 나는 그 6주를 실패로 읽었다.
지금이라면 배를 조금 다른 쪽으로 끌었을까 하는 자문이 남았다.
돌이킬 수 없어진 지점은 장비가 수십 대로 불어난 순간이었을 것 같다.
하드웨어를 먼저 사면 검증이 그 뒤를 따라간다.

새 장비는 6월 중순에 켰다.
첫 커밋은 서른두 시간 만에 나왔고 주제는 포트폴리오와 정규직 포지셔닝이었다.
다음 날 하루에 아홉 번 고쳤다. 열흘 동안 사이트 리포에 쌓인 28커밋이 전부 이력서와 경력 표기다.
쉬고 나서 시작한 게 아니다. 쉰 기간이 없었고 기록만 없었다.
같은 주에 옛 프로젝트 하나를 닫았다. 통과한 적 없는 테스트 3종을 지워 73개를 71개로 줄였다. 늘려서 닫지 않고 줄여서 닫았다.

메모리 시스템을 다시 잡은 것도 이때다. 포크를 뜬 날 두 시간 반 뒤에 비교용 벤치 하니스를 만들었다.
채택하고 정당화한 게 아니라 재고 나서 골랐다. 회사에서 배운 순서를 그대로 썼다.
여름 초입은 두 갈래였다. 한쪽은 재는 도구고 다른 쪽은 파는 물건이다.
연습용 프로덕트에서 시크릿을 걷고 조용한 실패를 없애고 회귀 게이트를 붙였다.
새 기획도 하나 시작했는데 첫 산출물이 자기 부검이었다. 법이 그 제품을 세 번 깎았다.

어느 하룻밤에 세 리포가 한꺼번에 정리됐다.
새벽 두 시에 기획 하나를 멈추고 세 시에 프로덕트를 멀티에이전트 팀으로 정리하고 반 시간 뒤에 다른 하나를 전시물로 바꿨다.
아침에는 사이트에서 그 프로덕트의 이름표를 상품에서 쇼케이스로 갈아 끼우고 이력서를 다시 뽑았다.
만든 것을 파는 대신 보여주기로 한 날이다.
다음 장은 그 전시물을 들고 제주로 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