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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전환기 1편 - 31일 중 31일

솔로프리너 전환에서 자작 메모리 시스템까지 넉 달의 기록

2월이 되어 새출발을 했다.
취업 준비 대신 솔로프리너를 골랐다.
근거는 하나였다. 매주 프런티어 모델이 쏟아지는 해에 그대로 취직하면 그 흐름 바깥에 안착해버릴 것 같았다.

방아쇠는 유튜브 영상 한 편이었다.
서브에이전트를 무한히 병렬로 굴리는 화면이었다.
그 앞에 에이전트가 태동하던 1년이 있었고 나는 그 기간을 실사용자로 통과했다.
그래도 근거를 대라면 여전히 영상 한 편이 전부다.
월 200달러짜리 구독을 걸고 시작했다.

첫 작업은 빈 폴더에 45줄짜리 CLAUDE.md 지침을 붙여넣는 것이었다.

3월은 31일 중 31일을 가동했고 4월도 30일을 채웠다.
하루 작업창 중앙값은 10.8시간이다.
프롬프트가 가장 많이 찍힌 시간대는 새벽 2시다.
이 수치는 프롬프트를 프록시로 삼은 값이다. 커밋으로 바꾸면 같은 하루가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측정 방법 라벨이 없는 수치는 측정이 아니라 주장이다.
당시의 하루를 말로 옮기면 "눈떠서 에이전트와 씨름하고 자고, 눈뜨자마자 또 씨름 후 잠"이 전부다.
반박할 자료를 내가 전부 직접 남겨놨다.

상업화보다 공부가 먼저였다. 개발자로서 깊이가 얕다고 스스로 진단했기 때문이다.
연습용 프로덕트를 만들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드는지, 수익화를 어떻게 붙이는지가 질문이었다.
하나는 노코드 도구로 프로토타입을 뽑았다가 자체 스택으로 갈아탔다. 봇 커밋 99개가 그 프로토타입의 흔적이다.
지금 다시 보면 허접한 프로덕트다. 그래도 만들어서 배포까지는 갔다. 표면만 완주했다.

SaaS를 찍어내는 공장을 만들겠다는 기획도 이때 나왔다.
개발도 마케팅도 SaaS 운영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 나보다 AI가 혼자 굴리는 편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봤다.
에이전트 15개를 설계했고 거기까지는 실제로 만들었다.
사람의 아이디어와 결정은 고점이 높고 내 사정과 취향은 AI가 알 길이 없다.
그 판단만 사람이 통과시키는 게이트로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자동화하려 했다.
게이트는 유명무실했다. 그조차 구현할 실력이 없었고 용두사미가 뻔히 보여서 보류 아닌 보류를 했다.

매일 돌리던 팔로업 루틴도 이 시기에 굳었다.
어떤 스킬과 에이전트와 모델이 어디에 특화됐는지를 뉴스와 전문 쓰레더로 매일 추적했다.
그 루틴으로 계정이 팔로워 400명대로 늘었고 나중에는 슬래시커맨드 스킬로 자동화됐다.
이 블로그에 실린 노트가 그 부산물이다.

가장 크게 걸린 것은 기억이었다.
세션이 끝나면 에이전트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지침 파일을 손봤다. 더 정확하게 더 빠짐없이 적으면 될 줄 알았다.
지침이 비대해질수록 컨텍스트는 감쇠했고 할루시네이션만 늘었다.
이건 지침을 잘못 쓴 문제가 아니었다. 지침은 메모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메모리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다. 문서와 학습 파일과 훅이 쌓였다.
직접 만들어보기 전에는 무엇이 없는지도 몰랐다.

5월부터 이 PC의 로그가 꺾인다.
프롬프트가 434건으로 떨어지고 그다음부터는 두 자릿수다.
기록이 끊긴 것이 아니라 작업이 회사와 맥북으로 넘어갔다.
이 PC에 남은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방법이다.
다음 장은 그 방법을 남의 회사에서 쓴 이야기다.